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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쌍용의 기함 체어맨 1세대 w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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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에 출시한 E 세그먼트 벤츠 W124 E 클래스의 FR 플랫폼으로 설계된 고급 승용차이다. W124 플랫폼이 채택된 이유는 이 때 쌍용은 W124 플랫폼을 기반으로 체어맨을 먼저 개발하고 중형급 차량과 준중형급 차량도 개발할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30년 된 사골 플랫폼이지만, 그 때는 단종된 지 2년밖에 안 지난 짱짱한 플랫폼이었다. 체어맨의 총 개발기간이 거의 5년 가량, 개발비용만 5천억 원 가까이 들었다는 당시 발표자료로 예상해보면 그 때까지도 현역으로 쓰던 플랫폼이라 신형 플랫폼을 벤츠에서 줄 리도 없었으니 당시로선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당초 쌍용자동차는 W-CAR의 디자인을 벤츠의 수석 디자이너인 갈리헨도르프와 무쏘를 디자인한 켄 그린리에게 각각 의뢰했다. 그린리 교수가 무쏘의 디자인은 꽤 파격적으로 했지만, 그의 이름을 알렸던 벤틀리 project 90의 우아하고 세련된 스타일을 기대했던 모양. 그린리의 안을 받아보니 보수적인 한국 시장에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 보수적인 이미지의 갈리헨도르프 팀의 디자인이 채택되었다.

덕분에 1990년대 벤츠의 패밀리 룩을 거의 고스란히 담고 있다. 벤츠 특유의 마름모꼴 그릴과 헤드램프의 유려한 곡선과 벤츠 특유의 형상과 비율까지 고스란히 지녔고, 리어램프는 네거티브 엠보싱을 넣어 먼지가 잘 씻겨 나가도록 디자인한 벤츠의 디테일까지 고스란히 따라했다.

벤츠의 우천 시 사각지대 방지용 특허 장치 중 하나인 "하나밖에 없는 와이퍼", 즉 싱글 암 와이퍼도 달렸다. 싱글암 와이퍼 적용으로 닦이는 면적을 넓혔다. 암이 길어졌다 짧아졌다 하면서 넓은 면적을 닦아낸다.하지만 비싸서 유지 관리비가 높고, 무엇보다도 좌우로 물을 닦아내는 것이 아닌 날려 버리는 것이 문제였다. 비가 좀 많이 오거나, 워셔액 등을 뿌리면 그 물이 좌우 2m씩 날아가니 도로 주변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완전히 테러나 다름없었다. 셀프 세차장에서 폼 건을 뿌리려다 오토 와이퍼를 켜 둔 경우 자신이 테러당하기도 하며 더 심한 사례는 앞유리를 닦다가 작동한 와이퍼에 손을 다치는 경우도 있다. 두개가 할 몫을 하나가 해야하니 일반 방식에 비해 파워도 강하며 작동 속도도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세차하다가 손가락이 부러지는 일이 없기 위해서는 반드시 와이퍼가 꺼졌는지 확인해야한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은 퇴출되어 벤츠도 일반적인 와이퍼를 사용한다.

또한 전통적으로 안전에 민감했던 벤츠인 만큼, 체어맨에도 아낌없이 안전을 위한 기술이 들어갔다. 국내 최초로 40% 옵셋 충돌 테스트를 합격했으며, 보쉬의 4채널 ABS, TCS, ECS가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스웨덴에서 S클래스를 포함한 세계의 명차들과 제동 능력 시험을 한 결과, 체어맨의 빙판길 제동 능력이 가장 뛰어났다. 또한 사고가 일어났을 때 페달이 멀어지게 하는 기능을 더해 사고 시 하반신에 가해지는 상해를 줄였다. 5미터가 넘는 길이의 차체와 벤츠의 파워트레인은 1997년 당시 경쟁차종이던 다이너스티와 엔터프라이즈를 압도하는 고급스러움을 지녔다.

이 덕분에 체어맨은 최첨단 고급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고, 재미를 톡톡하게 본다.

당시 코란도 지프나 만들던 아시아 변방의 개발도상국 완성차 업체였던 쌍용이 운좋게 벤츠와 기술 제휴하여 무쏘, 이스타나, 뉴 코란도, 체어맨까지 벤츠로부터 기술도입 및 부품을 공급 받게 되었다. 동아시아 및 태평양 지역의 거점이 필요했었던 벤츠와, 기술력 확보를 위해 제휴선을 물색했었던 쌍용의 이해관계가 맞닿은 결과였다. 당시 쌍용의 수준을 낮춰 봤던 벤츠에서 체어맨이 이 정도로 잘 만들어질지 몰랐다고 한다.

코란도 훼미리는 공장에서 갓 출고된 신차의 외판이 고르지 못하고 울퉁불퉁할 정도로 품질관리 경험이 없는 쌍용에서 느닷없이 최고급 승용차를 만들겠다니 어리둥절. 결국 벤츠는 자사의 승용차를 닮은 디자인과 자사의 승용차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체어맨의 놀라운 성능과 품질에 놀라 자사의 잠재적인 적이 될 수 있는 체어맨을 수출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허가해 줬다.

특이한 점이라면 판매량의 60~70%가 최고등급인 CM600 모델이었다는 점이다. 경쟁차종의 주력 배기량이 뉴 그랜저 2.0·2.5, 포텐샤 2.0, 엔터프라이즈 2.5·3.0 이었던 때였다. 이후에 나온 에쿠스도 3.0, 3.5의 판매량이 다수였고, 그랜저 XG도 2.0이나 2.5 판매량이 절대다수였다. 국산 고급차 판매의 특징이라면 차체는 크고 배기량은 가장 적은 것을 얹는다는 점인데, 실제 판매에서도 적은 배기량 모델들이 주력 트림이다.

하지만 체어맨은 최고 배기량인 3.2리터가 주로 판매되었다. 이는 체어맨 구매층의 눈높이가 경쟁차종 구매층 대비 높았었다고 볼 수 있다.

엔진은 모두 벤츠의 직렬 4기통 2,300cc, 직렬 6기통 2,800cc, 3,200cc(CM500, CM600) 총 세가지의 엔진을 얹었다. 2,300cc 엔진은 CM400, CM400s 두 가지 트림에 장착되어 벤츠의 4단 혹은 5단 자동변속기와 조합되었다. 2톤이 넘어가는 대형 차체에 2,300cc 4기통 엔진은 NVH가 취약하고 6기통 상위 모델보다 더 낮은 연비를 보여 주었다.

1993년에 단종된 임페리얼 이후 모처럼 나온 직렬 6기통 엔진은 숏 스트로크의 고회전형이며, 독일차 특유의 구동음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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